미스김 - 트로트를 배우다-(12회)
'미스트롯'에 나온 가수 미스김/ 박하경 수필가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4/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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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트롯'에 나온 가수 미스김 [사진 =박하경 제공] 

 

 


나는 미스김을 이렇게 만났다.

 

트롯, 트로트의 열풍이 전 국민을 강타하면서 거뜬하게 당당한 가요 장르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렇게 열풍이 불기 전 트로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트롯의 유래를 살펴보면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미국의 춤곡 ‘폭스트롯(Foxtrot)’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그리고 유럽 국가의 다양한 음악이 혼합되어 지금의 트로트가 탄생하였다고 한다.

 

트로트는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일본의 엔카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특유의 감성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일본의 엔카는 갇힌 듯한 느낌(순전히 내 생각)처럼 들려지고 느껴지는 데 반해 우리의 트로트는 원류인 폭스트롯처럼 춤을 추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트로트는 고급스럽지 않은 음악이라고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일반적인 선호도가 가장 많은 노래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이면 결국 부르는 노래는 트로트다.

 

대학에 다니던 아들이 했던 말을 기억한다.

 

너무나 많은 대중가요가 쏟아져 나오고 미처 소비되지 못한 채 잊혀진 반면 트롯은 많은 사람 입을 통해 불려지면서 살아남는 노래 중에 가장 많이 살아남는 노래가 트로트라고 하던 말이.

 

대중가요가 생산되어 쏟아져나오면 미처 소비되기 전에 사장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이 새로운 곡들이 범람하기에 노래방에 가면 결국 트로트를 부르고 트로트로 마감하게 된다는 말에 웃은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배운 사람들이거나 한가락 끄덕이고 사는 사람들은 클래식을 좋아한다. 그리고 팝송이거나 샹송을 좋아한다. 국악은 교과서에서도 서양음악에 밀려 뒷전이다가 국악학교가 세워져 재인들을 길러내니 다행히 아닐 수 없다.

 

이 나이(64)가 되면 사람에게서 새로움을 느낄 수 없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싫증이 나고 정리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주변의 지인들이 흰소리해대면 서운함이 먼저 앞선다. 나잇값 하라고 꼬집기도 하겠지만 사람에게 싫증 나는 일은 일일이 표현을 안 해서지 차고 넘침을 알 것이다.

 

예순넷! 그러니까 한마디로 뭔가 새로운 것에 설렐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이 둔해지고 가슴은 단단해지고 머리는 굳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젊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곤 한다. 치열한 젊은이들의 경쟁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떨어져서 슬퍼하는 사람, 매 경연의 순간마다 어려움을 헤치고 우승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의 환호를 들으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실감하면서 가슴도 뛰고 세포들이 쫄깃거리는 긴장감으로 전신이 벅찬 태동을 느낄 수 있기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챙겨본다.

 

2019년 2월 티브이 조선에서 내일은 미스 트로트란 제목으로 트로트 경연대회가 열렸다. 나는 그 방송을 보지 않았다.

 

곧이어 '미스트롯'이 시작되자 네 자매가 단톡방에서 중계방송을 하면서 각자 선호하는 가수를 두고 응원 경쟁이 있었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많이 웃었다.

 

네 자매가 선호하고 응원하는 가수가 각기 다 달랐는데 모두 탑 세븐에 들었다.

세상을 꺾고 뒤집어라. 슬로건을 걸고 3차 경연이 시작되었다.

 

신기하게도 노래 잘하는 사람은 끝이 없이 많고 연령대가 대폭 낮아진 참가자들을 보면서 나이 들면 노래 부를 자리도 없겠다 하면서 화면을 보는데 직장부 첫 번째 해남 농부라면서 소개되는 해남 아가씨가 등장했다.

 

‘님이라~ 부르리까~ 당신이라고 부르리까~’ 첫 소절로 내 골을 때리던 참가자는 ‘미스김’이란 이름표를 붙이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리라며 총총 몇 걸음 가더니 꿀통을 가지고 나와 짜란~ 하면서 봄이면 벌꿀 따고, 겨울이면 배추 딴다는 처녀 농군이라고 소개했다. 이름이 미스김이라고 해서 빵 터져서 웃으면서 노랠 듣는데 한마디로 심장이 벌렁거리며 섰다. 아! 저런 노래가 있긴 있었던 것 같다.

 

이미자 씨가 불렀던 것 같다. 그런데 저 노래가 저렇게 찐한 사연을 담은 노랬었나? 입을 헤 벌리고 들었다. 입에서 침도 떨어진 것 같다. 이상하게 미스김 노래에서 아카시아 향이 났다. 오래전 땅끝마을 전망대를 향하여 내달렸을 때 해남의 붉은 황토밭이 떠올랐다.

 

미스김 이란 이름으로 경연에 참여한 것부터가 진짜 신의 한 수다. 생각하면서 저 해남 아가씨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미스김 이란 이름이 아주 수 놓아진 것처럼 붙어있겠다고 생각하며 미스김을 지켜보는 내내 내 두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그녀 미스김이 미스 고라는 노랠 부를 때였다. 이 노래도 많이 들어본 것 같긴 했다. 그런데 미스김이 부르는 노래 소절이 쏙쏙 세포를 파고들더니 ‘시인처럼 살다가 시인처럼 스쳐 간 너’ ‘시인처럼 살다가 시인처럼 가버린 너’라는 대목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노랫말을 가진 노래였구나.

 

미스김이 아니었음 누가 이 노래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었겠나 싶어 미스김에게 더 빠져들었다.

 

시인처럼 살다 시인처럼 가버린 너를 전신에 연서로 새겨준 미스김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미스김은 가사 한 글자 한 글자를 정확하게 듣는 사람에게 심어주는 힘이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나이 드신 어른들과 어우러져 노래하면서 생긴 생명력이라고 할까?

 

그 후로부터 트로트의 매력에 한결 다가서며 푹 빠져들었다. 또한 정말 맛있게 노래를 부르는 미스김의 매력에 한층 매료되었다.

 

미스김이 무대에 올랐다. 음악이 시작되고 1차 대회에서 탑 세븐에 들었던 정동원이 초등 6학년 때 사랑의 콜센타에서 불러 한없이 웃었던 그 노래 그물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때 너무 재미있어서 저런 노래도 있구나 하면서 웃음으로 들었던 노래다.

 

미스김의 그물은 나를 단박에 완전히 사로잡아버렸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미스김의 그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그냥 평생 팬으로 살기로…… 작심하면서.

 

일단 내 눈에 콩깍지가 씐 탓일까. 미스김이 노랠 가장 잘하고 엄청 뛰어나게 잘하고 폭이 넓고 깊이가 남다르게 진짜 트로트를 부르는데 점수가 생각보다 적었다. 점수를 매기는 심사위원들을 혼자 째리면서 저거 저거 제대로 노랠 들을 줄 모르네 하면서 혀를 차대기도 했다.

 

미스김이 신인 곡으로 받아 부른 홍실은 묵직하면서도 심금을 울렸다.

 

발라드 트로트라고 했다. 미스김 때문에 똑똑해지고 있는 중이다. 미스김이 홍실을 불렀다. 붉은 실 푸른 실로 운명의 연인들이 묶인다는 뜻을 가진 노래였다.

 

김연우 마스터가 옳은 심사평을 했다. 마치 자기 노래처럼 늘 불러온 노래처럼 불렀다고. 누가 들었어도 그렇게 판단했을 거다.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조금도 모자람 없이 신곡 ‘홍실’을 부르던 그녀의 실력이었다.

 

미스터 트롯2차에서 탑 7이었던 진해성 가수와 경연자 염유리씨와 3인조 달콤·살벌 경연을 펼칠 때를 결코 잊을 수 없다.

 

‘오빠~ 내 첫사랑은 너여~’ 구수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던 퍼포먼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싱그러운 웃음을 터트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노래도 너무나 무르익었고 농익었다. 시트콤을 찍는다고 해도 손색없이 연기하겠다면서 나는 실컷 웃었다. 가끔 미스김 흉내도 내보곤 한다.

 

‘ 오빠~ 내 첫사랑은 너여~’ 하면서 말이다.

 

결선에 미스김은 당연히 올라왔다. 4위는 아쉽지만, 우승상금만 빼면 2위부터 7위까지는 똑같다고 생각하기에 아쉬움을 달래면서 결승전에서 미스김이 어떤 곡을 선곡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결승의 날이 닥쳐오고 나는 핸드폰으로 나우 TV로 방송을 보았다. 진짜 뜬금없는 선곡이었다. 비단 나만 놀란 것이 아니었을 거다.

 

선곡은 ‘고장 난 벽시계’였다. 그런데 이 노래를 어찌나 잘 부르는지 또한 깜짝 놀랐다. 사람들은 선곡에 실망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엄마와 아버지와 배추 심으며 뽑으며, 꿀을 따러 5톤 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던 부모님과 함께 불렀을 그 노래를 부르는구나. 가슴이 먹먹해지고 감동이 차올랐다.

 

김연자 마스터가 여자 가수 중에 고장 난 벽시계를 가장 잘 부르는 가수라고 했다. 이렇게 대장정의 막이 미스김 4위에서 끝을 맺었다.

 

아쉬운 4위였지만 나의 그녀 미스김의 노래는 단연 으뜸으로 진이었으며 왕관을 쓸 귀재였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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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경 수필가  ©위드타임즈

[秀重 박하경 수필가 프로필] 

출생: 전남 보성. 시인, 수필가. 소설가 

한일신학교 상담심리학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경희사이버대학사회복지, 노인복지학 전공 

월간 모던포엠 수필 등단(2004).월간 문학바탕 시 등단(2007).한국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와 경기광주문인협회 회원, 현대문학사조 부회장, 지필문학 부회장, 미당문학 이사, 현대문학사조 편집위원. 종자와 시인 박물관 자문위원. 제2회 잡지 수기 대상 문광부장관상 ,경기광주예술공로상 등 수상, 시집 : <꽃굿><헛소리 같지 않은 뻘소리라고 누가 그래?> 소설집: < 군남여사 나셨도다> 외 동인지 다수 등 (현)운당하경서재(유튜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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